2015년 3월 2일 월요일

[유재웅 교수의 위기관리 특강] 4강 매뉴얼의 함정

유재웅교수는 아래 글에서 다음을 강조합니다.

매뉴얼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1. 매뉴얼은 정교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
2. 매뉴얼은 유연해야한다.
3. 최대한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뉴얼을 가지고 실전연습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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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발단은 매뉴얼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왜 매뉴얼대로 서비스를 하지 않느냐”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수습과정에서도 매뉴얼 부재와 형식적인 운영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기계나 컴퓨터 등의 사용방법이나 기능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말한다. 매뉴얼을 조직관리에 적용한 것이 업무 집행 가이드라인이다. 쉽게 말해 정해진 가이드라인대로 따라하면 비효율이나 혼선을 방지하고 효율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위기관리에서 매뉴얼만큼 자주 등장하는 용어도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의 처방전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뉴얼이 없었다면 새로 만들라하고, 부실해서 문제라면 수정보완해서 제대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위기관리=매뉴얼이라고 할 정도이다.

매뉴얼이 위기상황에서 혼선이나 비효율을 줄이는 지침서임은 분명하다. 매뉴얼이 있어야 위기상황에서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매뉴얼을 통해 분야별 담당과 책임을 규정함으로써 급한 마음에서 오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매뉴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라성 같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매뉴얼에 꼭 담아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전문가들마다 주문 사항이 다양하지만, 필수사항으로 거론되는 것만 얼추 추려도 10여 가지 이상이다. 위기관리팀의 구성과 운영, 보고 체계 및 정보 취합 요령, 위기 컨트롤 센터 운영,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전술, 위기시 접촉 대상 리스트, 미디어 정보 제공 자료, 위기대응 평가방법 둥이 그것이다. 세분하면 필수항목만 20여 가지로 늘어난다.

매뉴얼이 정교하고 구체화되면 자연 방대해진다. 그러나 매뉴얼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장황해지면 실제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해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 최대한 분량이 적어야한다는 것이다. 위기 매뉴얼은 10쪽이 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많다. 이 같은 모순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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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유연성에서 찾을 수 있다. 위기에 직면해서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양해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뉴얼에 매몰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위기라는 것은 매뉴얼에 적혀 있는 대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매뉴얼은 어디까지나 가장 표준화된 위기 유형을 상정한 것이다. 일반론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실제 발생하는 수많은 위기는 각각이 나름의 특성과 상황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위기 매뉴얼이 최대한 간결해야한다는 것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매뉴얼에 담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제약이 부실한 매뉴얼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 매뉴얼은 그만큼 핵심중의 핵심만으로 더욱 알차야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시에 매뉴얼에 담지 못한 많은 항목들은 위기관리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실제 위기상황과 조직의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현장 문제해결 능력으로 대처해야함을 시사해준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것 역시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가장 실질적인 위기관리 매뉴얼 습득은 실전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이야말로 몸으로 익히는 살아있는 매뉴얼 습득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실제 위기 발생시 매뉴얼에 의존할 것은 무엇이고, 상황에 맞춰 유연성을 발휘해야할 것은 무엇이며, 놓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위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군대의 존재 이유는 전쟁이라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군대조직 만큼 매뉴얼을 강조하는 조직도 없다. 평소에 수시로 매뉴얼을 암기시키고 점검하는 곳이 군대다. 이런 군대조직이 늘상으로 하는 일이 훈련이다. 그것도 반복훈련이다. 매뉴얼만으로 다양한 실제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정확히 읽고 있는 결과이다. 평소 반복 훈련을 통해 매뉴얼을 몸에 체질화 시킬 때 전쟁이라는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잘 대처하려는 조직이 알찬 매뉴얼을 만들어 준비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있는 매뉴얼은 평소 부단한 반복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매뉴얼은 한번 만들어 놓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뉴얼도 살아 숨쉬어야한다. 생생한 매뉴얼 관리 역시 평소 훈련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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